반갑습니다.
이른바 합성 명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된소리되기 현상과 ‘ㄴ’ 첨가 현상을 묶어서 ‘사잇소리 현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국어에서 사잇소리 현상은 국어사적인 변화 현상과 맞물려서 공시태적으로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사잇소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아주 많은 연구가 나왔지만 그 어느 하나도 사잇소리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잇소리 현상은 중세국어의 관형격 조사인 ‘-ㅅ’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관형격 조사인 ‘-ㅅ’이 현대국어에서는 쓰이지 않게 되었고 그 잔재로써 합성 명사 안에서 발음의 변화를 표기하는 수단으로만 쓰이께 되었습니다. 곧 ‘-ㅅ’이 원래의 쓰임과 달라진 것입니다.
둘째, 현대국어에서 ‘-ㅅ’을 단순히 합성 명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동 현상으로 처리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곧, 동일한 음운론적 환경에서도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곧, 한정적 변동 현상이기 때문에 일관된 원칙을 설정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셋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합성 명사를 구성하는 어근과 어근의 의미적인 관계로써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선행 체언과 후행 체언이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합성 명사라는 조건만 지켜질 뿐이지, 세부적인 의미 현상에서는 일관된 법칙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선행 명사와 후행 명사의 의미적 관계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그 의미적인 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유형화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언중들이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의미적인 관계를 모두 고려해서 사잇소리를 발음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넷째,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사잇소리 현상을 무한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곧, ‘장마비, 하교길, 우유 값, 막내동생’ 등이 단어를 사잇소리가 나는 것으로 변경하여, ‘장맛비, 하굣길, 우윳값, 막냇동생’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 이외에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해마다 사잇소리 현상을 인정하는 단어의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음운론이나 의미론과 그리고 표기법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국어사적인 변화 현상이 어울어져서 사잇소리 현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사잇소리 현상은 종속적 합성명사에서 발생하는 된소리되기와 ‘ㄴ 첨가’ 현상으로서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한정적 변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찬연 드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