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 사동의 정의에 관하여 질문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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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사동법은 한국어에서 문법범주로 인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질문자께서 지적한 바와 같이 무생물의 피사동주(행동주)로 설정했을 때는 사동으로 보기가 힘듭니다.
(1) ㄱ. 엄마가 아이에게 옷을 입히셨다.
ㄴ. 아이가 옷을 입었다.
(2) ㄱ. 아버지께서 연을 날리시고 계셨다.
ㄴ. 연이 날았다.
(3) ㄱ. 다정이는 찬물을 유리잔마다 가득 채웠다.
ㄴ. 찬물이 유리잔에 가득 찼다.
(1)의 문장처럼 ‘아이’와 같은 유정 명사를 피사동주(행동주)로 설정했을 때는 사동의 문법적 성격을 만족시킵니다. 반면에 (2)와 (3)과 같이 무정 명사을 피사동주로 설정했을 때는 사동성이 의심됩니다. 특히 형용사 어근에 사동 접미사가 붙었을 때는 더욱 사동성이 약해집니다.
(4) ㄱ. 인부들이 길을 넓혔다.
ㄴ. 길이 넓다.
(4)의 예문에서 피사동주가 무정 명사이며서 사동사의 어근이형용사인 경우에는 더욱 사동성이 떨어집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한국어에는 사동과 피동이 문법범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문법에서는 사동과 피동은 확실한 문법범주로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2), (3), (4)의 문장에서 사동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1ㄱ)의 문장만 사동문을 인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2), (3), (4)는 자동사와 형용사를 타동사로 전환하는 타동화 현상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곧, (2)와 (3)에서 ‘날다, 차다’와 같은 자동사가 ‘날리다’, ‘채우다’의 타동사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4)에서 ‘넓다’와 같은 형용사가 ‘넓히다’의 타동사로 전환된 것입니다.
그리고 (1)의 문장에서 ‘입다’가 타동사이지만 접미사 ‘-히-’가 붙어서 다시 타동화를 한 결과 사동법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있지만, 현행의 <학교문법>에서는 서양의 문법에서 설정하는 사동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1), (2), (3), (4)의 (ㄱ)을 사동문으로 처리하고 (ㄴ)을 주동문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 (3), (4)가 사동이라는 의미가 적절하지 않음도 불구하고 (1)과 문법적 형식이 동일하게 주동문에서 사동문으로 전환된다고 보고, (2), (3), (4)의 (ㄱ)도 사동문으로 인정합니다.
여러 가지의 문제가 있지만, <학교문법>에서는 (1), (2), (3), (4)의 (ㄱ)을 사동문으로 처리하고, (ㄴ)을 주동문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나찬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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